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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앤엘파트너스 곽태선] ‘두산 1조원’ 미래 위한 공적지원 맞나 / 곽태선, 왜냐면 06.03, 2020


곽태선 ㅣ 미국변호사(에스앤엘파트너스)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이사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이 오고 있다. 이 퍼펙트 스톰은 기형적인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실패한 정부 선택에 의한 것으로, 심각한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부가 단행한 두산중공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이러한 위기를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긴급 수혈은 의아함을 자아낼 공산이 크다. 두산중공업은 재무적으로 투자 매력이 낮다. 정부의 지원책 발표 직전 두산중공업의 시가총액은 7천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 기업이 수출입은행 등에서 빌린 총대출금은 약 3조원 규모였다. 또 당장 5월 전에 상환해야 할 채무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특별지원 명목으로 1조원을 지원하고, 담보 가치가 얼마인지 확실하지 않은 두산그룹 일가의 자산을 담보로 잡는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두산중공업은 환경·사회·거버넌스(소위 ‘ESG’) 기준으로 평가할 때 더욱 투자 매력이 없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0년간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도 석탄발전 장비사업에서 매출의 80%까지 일으키고 가스복합사업에 치중하는 등 화석연료발전 사업에 매진했다. 이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은 두산중공업같이 스스로 사업전환 기회를 놓친 기업이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이를 설명하듯 한국 시장 전체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30%를 넘지만 두산중공업의 경우에는 7%대에 불과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의 기업 지원은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 자본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늘어난 시점은 아이엠에프(IMF) 사태 직후다. 특히 장기투자자들은 1999~2000년 사이에 시장에 진입했다. 그들은 아이엠에프 사태를 극복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부의 혁신 정책 등을 신뢰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지난 20년의 기간은 이러한 장기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안겨주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코리아 프리미엄’이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나타난 것이다. 이 현상의 원인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립서비스 수준에 멈추어 있어서다. 회의 수만 채우려는 인상을 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프랑스 법원이 에어버스·대한항공 임원 뇌물을 확인했음에도 경영진의 연임에 찬성하는 국민연금 등 수많은 예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두산중공업의 석탄화력사업을 공적자금으로 지원한다는 정부의 결정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관점에서 볼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잘못된 정책 추진이라고 생각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한정된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그간 필요했던 구조 조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적자금 지원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성장동력의 기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사업 부문과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 가령 두산중공업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풍력터빈 사업은 앞으로 한국 경제와 친환경 정책에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두산중공업에 자금이 돌아간다면 이 사업 부문을 분리하여 클린 기업을 만들고 그 기업에만 자금지원을 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퍼펙트 스톰을 막아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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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42231.html#csidxeab0860204cb55fa6aadeabd3510f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