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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변호사 인터뷰] [고견을 듣는다] '정치권력의 검찰 예속화 진행... 위기에 처한 법치주의 실감', 디지털타임스 07.31, 2020
검찰 무력화시키려는 검찰개혁위 권고… 수사 독립성 확보 제도화하는 데 초점 둬야
양심에 따라야 하는데, 이재명 지사 판결서 보듯 사법부에 이해할 수 없는 일 발생
보수진영 몰락은 내부분열·대안 결여 때문… '전직 고위공직자 클럽' 이미지 씻어내야
[]에게 고견을 듣는다
신영무 前대한변호사협회장·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법원과 검찰이 지금처럼 혼돈에 휩싸인 적이 없었다. 법리를 가장한 사리(邪理)로 판결하고 검사와 검사가 육탄전까지 벌이는 지경이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버젓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일어난다. 이런 한국의 모습을 보며 외국 언론은 '잘 나가던 한 국가의 자살'을 한국에서 목격한다고 쓰고 있다. 그 중심에 정치적 판결을 서슴지 않는 사법부와 검찰을 마음대로 부려먹고자 하는 정권의 일탈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법(司法)의 문제를 극복하고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조계 원로 신영무 변호사에게 고견을 들었다. 신 변호사는 국내4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의 설립자이고 제46대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다. 또한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로서 지난 40년여년 법조계 안팎에서 높은 신망을 쌓아 왔다.
신 변호사는 일성으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등 검찰조직을 뒤흔드는 집권세력에 대해 "검찰권의 정권 예속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얼마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도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그에 대해 "양심에 따라야지요, 법과 양심"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직설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정말 위험한 기구"라며 "고위공직자는 누구든 불안에 떨 수밖에 없고 판검사들은 특히 정권의 감시를 받는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공수처 도입에 대해 '판검사의 비리는 자체적으로 사법처리가 잘 안 되니 공수처를 따로 만들어야 하고,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독립된 기구'라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데 대해 "완전히 잘못된 흑색선전"이라고 단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저는 지위나 재산이나 소위 돈과 권력과 영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법치확립을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뭔가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떤 방법이 있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신 변호사는 "변호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법치의 첨병이 돼야 한다"며 "개인적 야욕이나 돈만 바라고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은 절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없고 나쁜 길로 빠진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늘 가슴에 새겨놓고 있는 교훈으로 '가장 큰 힘은 올바름에서 나온다'는 미국 링컨 대통령의 말을 소개했다. 링컨 대통령의 연설 중에 "아주 큰 힘은 옳은 것, 바른 것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책무를 끝까지 함께 실행하자"는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로펌 에스앤엘 파트너스와 바른사회운동연합의 사무실에서 가졌다. 인터뷰 내내 신 변호사의 장중하면서도 맑은 목소리 울림이 마치 첼로 G장조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지난 1월 권력형 비리수사를 하던 검찰 간부들이 교체됐을 때 변호사님과 원로변호사 130 분이 '정권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당시 좌천된 한동훈 지검장이 지금 소위 '검·언유착 사건'에 몰려 공격받고 있는데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를 대거 교체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장관 직은 법치 확립, 법 집행 수장으로서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로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이번에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토론회에서도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가 조심스럽게 사채업자들 얘기를 하더군요. 조폭들이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그리고 권력층도 밀착돼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검사 출신 패널(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월 금융경제범죄합수단을 검찰 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없애버린 것을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금융경제범죄 수사는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인데, 그것을 없애는 것은 범죄자를 봐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하나의 거대한 세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보는 겁니다. 이번에 '검·언유착'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런 와중에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힘도 커졌습니다. 사법부는 납득하기 힘든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요.
"이미 사법부에서는, 지난 번 이재명 경기도지사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에) 써가지고 와서 답변한 건데 그것을 어떻게 봐줍니까? 그렇다면 후보자 토론할 때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오해를 부릅니다. 선거운동에는 공정성이 생명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명성을 날리던 여러 분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결정적으로는 5대5가 되었을 때 법조계에서 크게 신뢰를 받아 온 사람이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우수한 사람들이…. 머리만 우수하면 뭐합니까? 신념이 있고 소신을 지켜줘야 하지요. 법과 양심에 따라야지요, 법과 양심."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검찰총장의 권한을 고검장들에게 넘기고 법무부장관이 고검장들을 수사지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문제가 없는지요.
"검찰개혁위의 발표를 보고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검찰총장과 검찰권 행사가 법무장관을 통해 정치권력에 예속화 되게 하고 있습니다. 현행제도 하에서도,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성향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지만, 정권의 뜻에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법무장관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은 개혁이 될 수 없습니다.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과 인사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총장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오히려 현행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에 적절한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창립하는 등 사회적 활동 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정부 정책에 비판과 조언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난 1월 성명도 그렇고 이번에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켰는데, 권력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경우는 없었습니까.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는 후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받은 적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영세한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 아직은 그런 일은 없습니다. 모르지요, 계속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고 그러면 재갈을 물릴지."
-변호사님이 합당한 말씀을 하고 신망이 높아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가 살아온 길을 생각하면 아직 여러 가지 후회되는 부분도 많고 그때그때 잘못 판단한 부분도 많습니다만, 하여튼 옳고 그르냐를 중요하게 생각했지, 소위 돈과 권력과 영합해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법치확립을 위해서 앞장을 서고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런 쪽으로 가까이 갈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법조계에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아주 모범이 되는 분들이죠. 총리까지 하신 분들 중에도 아주 잘 아시는 김황식 총리라든가 정홍원 총리라든가, 이런 분들은 다 훌륭하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이 사회 원로로서 이럴 때 지탱해주는 역할을 좀 더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인터뷰가 있던 지난 27일 마침 정홍원 전 총리는 '국민께서 나서 주셔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나라가 상식·윤리· 경우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영상 성명을 냈다) 그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생각대로 잘 안 된다고 그러시더군요."
-전에 법과 양심에 투철한 법조인이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변호사님도 정치를 하실 두 번의 '다 된 기회'(1990년대 김영삼 대통령이 김석우 의전비서관을 통해 서울 서대문구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해 내정됐으나 집안의 반대로 이원종 당시 정무수석에게 양해를 구하고 포기했다. 2002년 종로구 보궐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과 강창희 의원의 강권으로 출마 직전까지 갔다가 접었다)가 있었는데요.
"그런데 저 같은 성격은 (정치를 하면) 부러질 것 같아요. 나쁜 풍토에서 야합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고요. 안 한 것이 오히려 잘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능란해야 하거든요. 저는 주변머리가 없어서요."
-후진들에게는 정치를 권유하시고 계시죠?
"제가 세종에 있을 때 젊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변호사는 항상(恒産)이 있어 경제적으로 독립하기가 쉽고 항심(恒心)이 생겨 부패하지 않으면서 올바르게 정치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의회 의원 중 50% 이상이 변호사 출신인데, 그것이 바로 미국 민주주의의가 오늘처럼 제대로 설 수 있었던 바탕이다. 세상이 험해져서 그런지 요즘 후배들을 보면 그럴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전문분야에 몰입하거나 편안하게 자족을 하며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변호사는 수임료로 돈도 벌지만 근본은 법률 서비스를 하는 봉사직업입니다."
-변호사님은 공직에 나가지 않고 바른사회운동연합(바사연)을 만들어 공익적 활동을 해온 것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엄청난 힘을 가졌거든요. 입법에 관한 권한이 얼마나 중요하고 큽니까. 밖에서는 할 수가 없잖아요. 의원입법으로 부탁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시민단체가 힘이 세도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그런 겁니다. '기회가 되면 국회에 가서 한 번 멋지게 해보라'고요. 변호사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겠지만, 나라에 봉사하는 일은 역시 공직에 가야 더 크게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특히 변협 회장을 하면서 느낀 건데, 국회의원이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후배들 중에 국회의원도 있지만 세대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웃음)"
-코로나 이후는 이전과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공권력의 힘은 더 세지고 국가주의가 대두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법치'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지 않겠습니까.
"글로벌 현상인 것 같습니다. 공권력의 합법적 행사가 곧 법치입니다.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한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그렇게 하기는 점점 힘이 듭니다. 제대로 수사하는 데가 필요하고 법원이 올바로 판결을 해줘야지요. 가처분이라든가 예방적 조치로 달성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국민들이) 하기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단 맡기고 믿는 거지요."
-집값을 잡는다고 종부세와 양도세를 올리고 대출을 막으면서 집 가진 사람들이나 안 가진 사람들이 거리로 튀쳐 나와 데모를 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5000명이 나왔더라고 들었습니다. 말이 쉽지 엄청난 숫자입니다. 워낙 세금 공세가 강하니 감당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한 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은퇴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재산세를 감당합니까. 연 4%씩 부동산 보유세를 물리면 산술계산해도 25년이면 집 한 채가 날아가는 겁니다. 60세인 사람이 85세에 집이 날아가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무리한 정책을 내놓으려 할 땐 정권 내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기에도 그런 목소리를 내면 인터넷 상에서 폭탄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바보 만들어서 꼼짝 못하게 하고 쫓아내니까 누가 감히 말을 하겠습니까. 이게 정말 자유민주주의국가인지, 또 공복들이나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할 수나 있는 건지 참 걱정입니다."
-그러다보니 평범한 국민들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못하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조국사태만 봐도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조국이 잘못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여러 가지 특혜를 본 사람 아니냐'라는 생각을 갖지 않습니까? 청문회에서 그렇게 다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 편을 드는 사람을 다 당선시키고 비판한 사람은 떨어뜨리고. 이걸 저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는지."
-다시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결국 사회발전 과정을 보면 지금까지는 정반합적 작용으로 사회가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건전한 언로가 트일 때 자정능력이 생기는 건데, 비판도 못하고 재갈을 물린다면 어렵지요. 언론이 제 사명을 해줘야 하는데, 언론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니 참 걱정입니다. 기가 막혀요."
-사회적 옳고 그름의 보루는 법정의 판단인데, 그것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이른바'검·언유착'에서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상궤를 벗어난 판결로 담당 판사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강요 미수가 있긴 있지요. 얼마나 처벌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공감이 안 갑니다. 한동훈 검사장이 오히려 스타덤에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팔로우가 많은 것 같던데요. 그러니까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되는 게 아니고 정의가 살아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나요. 결국은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언젠가는 된다고 봅니다. 그런 믿음이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어요? 국가가 정의를 안 지키면, 즉 국가가 못하면 언론이 뒷받침 하니까 지탱이 되는 거지요."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어떻게 만드시게 됐나요.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를 접하고 이전부터 가졌던 계획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 전해는 변협 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있었습니다. 설립자이긴 하지만, 고문으로 있다 보니 후배들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세종에서 김용담 전 대법관을 통해 계속 잔류할 것을 설득했지만, 전부터 생각하던 공익활동을 위해서는 세종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주변의 우인들과 바른사회운동연합을 발족하게 됐고 제2인생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제는 역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추구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과연 앞으로도 발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각종 부패, 해이한 직업의식, 극심한 이기주의, 책임의식의 결여, 신뢰의 상실 등을 고치기 전에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즉 바른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바른사회운동연합'이라고 했고 그 방법으로 두 가지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첫째가 법치의 확립이고 둘째가 교육의 개혁입니다. 법치는 '법에 의한 지배'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동력으로서 법치를 의미합니다. 법치는 첫째, 정당한 입법절차에 따라 법이 제정되고 둘째, 빈부 영향력 정치적 관계를 떠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며 셋째, 독립된 사법부나 사법부의 감독을 받는 기관에 의하여 법 위반에 대한 처벌과 피해구제가 이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 어려운 과제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개혁은 참 난제인데요.
"오래 전 얘기인데, 퇴근하고 막내 아이와 선릉공원에서 산책을 하는데, 아이가 불쑥 '아빠, 나라가 썩어가는 것 같아' 그래요. 무슨 말이냐고 물었어요. 같은 반 아이들이 3명만 빼고 수업시간에 다 잔다는 거예요. 밤에 학원에 가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더구나 선생님이 뭐라고 꾸중을 하면 남학생들은 반항하면서 대든다는 거예요. 애들이나 교사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젊은이들이 삶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교육의 붕괴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위계층만 좋은 교육을 받고 중산층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살다보니 부를 축적할 수 없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피곤하고. 그래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OECD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된 겁니다."
-지금까지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성장을 만든 것도교육의 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이제 교육 개혁은 학생들이 저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게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말 똑똑한 국민인데…. 세계가 놀라잖아요. 오스카상을 타지 않나 BTS가 세계적 아이콘이 되지 않나. 저는 가끔 드라마를 보는데, '이태원클라스'나 '사랑의 불시착' 이런 것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능력입니다. 그걸 보고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정치인들이 보고 우리 젊은이들, 어린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면 얼마나 능력 발휘가 되겠습니까.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입니까. 남북통일이 언젠가 되면 아주 멋지게 개발해가지고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는 나라인데, 맨날 싸움질이나 하고 엉뚱한 짓이나 하니까 답답합니다. 봉사를 해야지요. 정치권에 들어간 사람들은 봉사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
-바사연 회원은 얼마나 되나요.
"지금 2000명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연 회원비 1만원 내는 일반 회원 10만 명만 있으면 우리의 취지와 운동이 확산이 되고 운영도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특히 젊은 층 회원이 아쉽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많이 들어와서 일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게 힘든 게 아닌지 반성을 합니다. 제 나이가 금년에 77세니까, 아 이제 바꿔야겠다,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공동대표 두 분을 모셨습니다. 한 분은 50대, 한 분은 60대 중반인데, 김종석 전 의원과 김종민 변호사 두 분입니다. 참 좋은 분들이에요. 지난 번 사모펀드 문제와 대책 토론회도 두 분의 아이디어로 이뤄진 겁니다. 제가 얼마나 보람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물론, 제가 울타리 역할은 해야지요."
-여전히 강건하십니다.
"아직은 그렇게 피곤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띠동갑 후배들하고 골프도 치며 내기도 합니다만,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또래들 중에서는 아직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덜 줄었어요.(웃음)"
-서울국제중재센터도 국제법률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계기가 됐지요?
"지금은 더 발전해가지고 무역협회 산하 대한상사중재원의 한 부서가 됐습니다. 변협 회장 할 때 대한상사중재원, 서울시, 법무부, 무역협회 등의 협조를 얻어 설립했습니다. 그 때 신희택 서울법대 교수가 추진위원장을 했고 제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그후 신 교수가 2대 이사장을 이어받았어요. 국제중재는 첨단지식산업입니다. 싱가포르는 그걸로 돈 많이 법니다. 국내기업들도 얼마나 덕을 봅니까, 외국 가서 하는 것보다. 협회장하면서 한 보람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기사 2부로 이어집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입력: 2020-07-30
[출처: 디지털타임스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73102150469660001&ref=naver
양심에 따라야 하는데, 이재명 지사 판결서 보듯 사법부에 이해할 수 없는 일 발생
보수진영 몰락은 내부분열·대안 결여 때문… '전직 고위공직자 클럽' 이미지 씻어내야
신영무 前대한변호사협회장·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박동욱기자 fufus@ |
신영무 前대한변호사협회장·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법원과 검찰이 지금처럼 혼돈에 휩싸인 적이 없었다. 법리를 가장한 사리(邪理)로 판결하고 검사와 검사가 육탄전까지 벌이는 지경이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버젓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일어난다. 이런 한국의 모습을 보며 외국 언론은 '잘 나가던 한 국가의 자살'을 한국에서 목격한다고 쓰고 있다. 그 중심에 정치적 판결을 서슴지 않는 사법부와 검찰을 마음대로 부려먹고자 하는 정권의 일탈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법(司法)의 문제를 극복하고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조계 원로 신영무 변호사에게 고견을 들었다. 신 변호사는 국내4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의 설립자이고 제46대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다. 또한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로서 지난 40년여년 법조계 안팎에서 높은 신망을 쌓아 왔다.
신 변호사는 일성으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등 검찰조직을 뒤흔드는 집권세력에 대해 "검찰권의 정권 예속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얼마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도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그에 대해 "양심에 따라야지요, 법과 양심"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직설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정말 위험한 기구"라며 "고위공직자는 누구든 불안에 떨 수밖에 없고 판검사들은 특히 정권의 감시를 받는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공수처 도입에 대해 '판검사의 비리는 자체적으로 사법처리가 잘 안 되니 공수처를 따로 만들어야 하고,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독립된 기구'라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데 대해 "완전히 잘못된 흑색선전"이라고 단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저는 지위나 재산이나 소위 돈과 권력과 영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법치확립을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뭔가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떤 방법이 있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신 변호사는 "변호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법치의 첨병이 돼야 한다"며 "개인적 야욕이나 돈만 바라고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은 절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없고 나쁜 길로 빠진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늘 가슴에 새겨놓고 있는 교훈으로 '가장 큰 힘은 올바름에서 나온다'는 미국 링컨 대통령의 말을 소개했다. 링컨 대통령의 연설 중에 "아주 큰 힘은 옳은 것, 바른 것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책무를 끝까지 함께 실행하자"는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로펌 에스앤엘 파트너스와 바른사회운동연합의 사무실에서 가졌다. 인터뷰 내내 신 변호사의 장중하면서도 맑은 목소리 울림이 마치 첼로 G장조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지난 1월 권력형 비리수사를 하던 검찰 간부들이 교체됐을 때 변호사님과 원로변호사 130 분이 '정권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당시 좌천된 한동훈 지검장이 지금 소위 '검·언유착 사건'에 몰려 공격받고 있는데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를 대거 교체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장관 직은 법치 확립, 법 집행 수장으로서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로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이번에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토론회에서도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가 조심스럽게 사채업자들 얘기를 하더군요. 조폭들이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그리고 권력층도 밀착돼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검사 출신 패널(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월 금융경제범죄합수단을 검찰 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없애버린 것을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금융경제범죄 수사는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인데, 그것을 없애는 것은 범죄자를 봐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하나의 거대한 세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보는 겁니다. 이번에 '검·언유착'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런 와중에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힘도 커졌습니다. 사법부는 납득하기 힘든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요.
"이미 사법부에서는, 지난 번 이재명 경기도지사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에) 써가지고 와서 답변한 건데 그것을 어떻게 봐줍니까? 그렇다면 후보자 토론할 때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오해를 부릅니다. 선거운동에는 공정성이 생명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명성을 날리던 여러 분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결정적으로는 5대5가 되었을 때 법조계에서 크게 신뢰를 받아 온 사람이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우수한 사람들이…. 머리만 우수하면 뭐합니까? 신념이 있고 소신을 지켜줘야 하지요. 법과 양심에 따라야지요, 법과 양심."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검찰총장의 권한을 고검장들에게 넘기고 법무부장관이 고검장들을 수사지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문제가 없는지요.
"검찰개혁위의 발표를 보고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검찰총장과 검찰권 행사가 법무장관을 통해 정치권력에 예속화 되게 하고 있습니다. 현행제도 하에서도,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성향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지만, 정권의 뜻에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법무장관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은 개혁이 될 수 없습니다.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과 인사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총장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오히려 현행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에 적절한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창립하는 등 사회적 활동 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정부 정책에 비판과 조언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난 1월 성명도 그렇고 이번에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켰는데, 권력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경우는 없었습니까.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는 후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받은 적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영세한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 아직은 그런 일은 없습니다. 모르지요, 계속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고 그러면 재갈을 물릴지."
-변호사님이 합당한 말씀을 하고 신망이 높아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가 살아온 길을 생각하면 아직 여러 가지 후회되는 부분도 많고 그때그때 잘못 판단한 부분도 많습니다만, 하여튼 옳고 그르냐를 중요하게 생각했지, 소위 돈과 권력과 영합해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법치확립을 위해서 앞장을 서고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런 쪽으로 가까이 갈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법조계에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아주 모범이 되는 분들이죠. 총리까지 하신 분들 중에도 아주 잘 아시는 김황식 총리라든가 정홍원 총리라든가, 이런 분들은 다 훌륭하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이 사회 원로로서 이럴 때 지탱해주는 역할을 좀 더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인터뷰가 있던 지난 27일 마침 정홍원 전 총리는 '국민께서 나서 주셔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나라가 상식·윤리· 경우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영상 성명을 냈다) 그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생각대로 잘 안 된다고 그러시더군요."
-전에 법과 양심에 투철한 법조인이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변호사님도 정치를 하실 두 번의 '다 된 기회'(1990년대 김영삼 대통령이 김석우 의전비서관을 통해 서울 서대문구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해 내정됐으나 집안의 반대로 이원종 당시 정무수석에게 양해를 구하고 포기했다. 2002년 종로구 보궐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과 강창희 의원의 강권으로 출마 직전까지 갔다가 접었다)가 있었는데요.
"그런데 저 같은 성격은 (정치를 하면) 부러질 것 같아요. 나쁜 풍토에서 야합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고요. 안 한 것이 오히려 잘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능란해야 하거든요. 저는 주변머리가 없어서요."
-후진들에게는 정치를 권유하시고 계시죠?
"제가 세종에 있을 때 젊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변호사는 항상(恒産)이 있어 경제적으로 독립하기가 쉽고 항심(恒心)이 생겨 부패하지 않으면서 올바르게 정치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의회 의원 중 50% 이상이 변호사 출신인데, 그것이 바로 미국 민주주의의가 오늘처럼 제대로 설 수 있었던 바탕이다. 세상이 험해져서 그런지 요즘 후배들을 보면 그럴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전문분야에 몰입하거나 편안하게 자족을 하며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변호사는 수임료로 돈도 벌지만 근본은 법률 서비스를 하는 봉사직업입니다."
-변호사님은 공직에 나가지 않고 바른사회운동연합(바사연)을 만들어 공익적 활동을 해온 것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엄청난 힘을 가졌거든요. 입법에 관한 권한이 얼마나 중요하고 큽니까. 밖에서는 할 수가 없잖아요. 의원입법으로 부탁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시민단체가 힘이 세도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그런 겁니다. '기회가 되면 국회에 가서 한 번 멋지게 해보라'고요. 변호사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겠지만, 나라에 봉사하는 일은 역시 공직에 가야 더 크게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특히 변협 회장을 하면서 느낀 건데, 국회의원이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후배들 중에 국회의원도 있지만 세대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웃음)"
-코로나 이후는 이전과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공권력의 힘은 더 세지고 국가주의가 대두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법치'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지 않겠습니까.
"글로벌 현상인 것 같습니다. 공권력의 합법적 행사가 곧 법치입니다.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한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그렇게 하기는 점점 힘이 듭니다. 제대로 수사하는 데가 필요하고 법원이 올바로 판결을 해줘야지요. 가처분이라든가 예방적 조치로 달성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국민들이) 하기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단 맡기고 믿는 거지요."
-집값을 잡는다고 종부세와 양도세를 올리고 대출을 막으면서 집 가진 사람들이나 안 가진 사람들이 거리로 튀쳐 나와 데모를 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5000명이 나왔더라고 들었습니다. 말이 쉽지 엄청난 숫자입니다. 워낙 세금 공세가 강하니 감당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한 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은퇴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재산세를 감당합니까. 연 4%씩 부동산 보유세를 물리면 산술계산해도 25년이면 집 한 채가 날아가는 겁니다. 60세인 사람이 85세에 집이 날아가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무리한 정책을 내놓으려 할 땐 정권 내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기에도 그런 목소리를 내면 인터넷 상에서 폭탄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바보 만들어서 꼼짝 못하게 하고 쫓아내니까 누가 감히 말을 하겠습니까. 이게 정말 자유민주주의국가인지, 또 공복들이나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할 수나 있는 건지 참 걱정입니다."
-그러다보니 평범한 국민들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못하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조국사태만 봐도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조국이 잘못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여러 가지 특혜를 본 사람 아니냐'라는 생각을 갖지 않습니까? 청문회에서 그렇게 다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 편을 드는 사람을 다 당선시키고 비판한 사람은 떨어뜨리고. 이걸 저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는지."
-다시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결국 사회발전 과정을 보면 지금까지는 정반합적 작용으로 사회가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건전한 언로가 트일 때 자정능력이 생기는 건데, 비판도 못하고 재갈을 물린다면 어렵지요. 언론이 제 사명을 해줘야 하는데, 언론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니 참 걱정입니다. 기가 막혀요."
-사회적 옳고 그름의 보루는 법정의 판단인데, 그것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이른바'검·언유착'에서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상궤를 벗어난 판결로 담당 판사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강요 미수가 있긴 있지요. 얼마나 처벌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공감이 안 갑니다. 한동훈 검사장이 오히려 스타덤에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팔로우가 많은 것 같던데요. 그러니까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되는 게 아니고 정의가 살아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나요. 결국은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언젠가는 된다고 봅니다. 그런 믿음이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어요? 국가가 정의를 안 지키면, 즉 국가가 못하면 언론이 뒷받침 하니까 지탱이 되는 거지요."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어떻게 만드시게 됐나요.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를 접하고 이전부터 가졌던 계획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 전해는 변협 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있었습니다. 설립자이긴 하지만, 고문으로 있다 보니 후배들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세종에서 김용담 전 대법관을 통해 계속 잔류할 것을 설득했지만, 전부터 생각하던 공익활동을 위해서는 세종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주변의 우인들과 바른사회운동연합을 발족하게 됐고 제2인생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제는 역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추구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과연 앞으로도 발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각종 부패, 해이한 직업의식, 극심한 이기주의, 책임의식의 결여, 신뢰의 상실 등을 고치기 전에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즉 바른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바른사회운동연합'이라고 했고 그 방법으로 두 가지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첫째가 법치의 확립이고 둘째가 교육의 개혁입니다. 법치는 '법에 의한 지배'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동력으로서 법치를 의미합니다. 법치는 첫째, 정당한 입법절차에 따라 법이 제정되고 둘째, 빈부 영향력 정치적 관계를 떠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며 셋째, 독립된 사법부나 사법부의 감독을 받는 기관에 의하여 법 위반에 대한 처벌과 피해구제가 이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 어려운 과제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개혁은 참 난제인데요.
"오래 전 얘기인데, 퇴근하고 막내 아이와 선릉공원에서 산책을 하는데, 아이가 불쑥 '아빠, 나라가 썩어가는 것 같아' 그래요. 무슨 말이냐고 물었어요. 같은 반 아이들이 3명만 빼고 수업시간에 다 잔다는 거예요. 밤에 학원에 가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더구나 선생님이 뭐라고 꾸중을 하면 남학생들은 반항하면서 대든다는 거예요. 애들이나 교사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젊은이들이 삶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교육의 붕괴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위계층만 좋은 교육을 받고 중산층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살다보니 부를 축적할 수 없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피곤하고. 그래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OECD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된 겁니다."
-지금까지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성장을 만든 것도교육의 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이제 교육 개혁은 학생들이 저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게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말 똑똑한 국민인데…. 세계가 놀라잖아요. 오스카상을 타지 않나 BTS가 세계적 아이콘이 되지 않나. 저는 가끔 드라마를 보는데, '이태원클라스'나 '사랑의 불시착' 이런 것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능력입니다. 그걸 보고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정치인들이 보고 우리 젊은이들, 어린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면 얼마나 능력 발휘가 되겠습니까.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입니까. 남북통일이 언젠가 되면 아주 멋지게 개발해가지고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는 나라인데, 맨날 싸움질이나 하고 엉뚱한 짓이나 하니까 답답합니다. 봉사를 해야지요. 정치권에 들어간 사람들은 봉사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
-바사연 회원은 얼마나 되나요.
"지금 2000명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연 회원비 1만원 내는 일반 회원 10만 명만 있으면 우리의 취지와 운동이 확산이 되고 운영도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특히 젊은 층 회원이 아쉽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많이 들어와서 일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게 힘든 게 아닌지 반성을 합니다. 제 나이가 금년에 77세니까, 아 이제 바꿔야겠다,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공동대표 두 분을 모셨습니다. 한 분은 50대, 한 분은 60대 중반인데, 김종석 전 의원과 김종민 변호사 두 분입니다. 참 좋은 분들이에요. 지난 번 사모펀드 문제와 대책 토론회도 두 분의 아이디어로 이뤄진 겁니다. 제가 얼마나 보람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물론, 제가 울타리 역할은 해야지요."
-여전히 강건하십니다.
"아직은 그렇게 피곤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띠동갑 후배들하고 골프도 치며 내기도 합니다만,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또래들 중에서는 아직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덜 줄었어요.(웃음)"
-서울국제중재센터도 국제법률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계기가 됐지요?
"지금은 더 발전해가지고 무역협회 산하 대한상사중재원의 한 부서가 됐습니다. 변협 회장 할 때 대한상사중재원, 서울시, 법무부, 무역협회 등의 협조를 얻어 설립했습니다. 그 때 신희택 서울법대 교수가 추진위원장을 했고 제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그후 신 교수가 2대 이사장을 이어받았어요. 국제중재는 첨단지식산업입니다. 싱가포르는 그걸로 돈 많이 법니다. 국내기업들도 얼마나 덕을 봅니까, 외국 가서 하는 것보다. 협회장하면서 한 보람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기사 2부로 이어집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입력: 2020-07-30
[출처: 디지털타임스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73102150469660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