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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앤엘 소송대리] 헌재 기후 소송 변론 나선 초등학생, 봄. 가을이 줄었어요 06.07, 2024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의 마지막 공개변론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한제아 양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열린 이른바 ‘기후 소송’에 대한 마지막 변론(2차 변론)에서 헌법소원 당사자인 초등학생 한제아(흑석초 6학년)양이 직접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 소송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탄소중립 기본법과 국가 기본계획 등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기준 40%만큼 감축하겠다고 정한 것이 충분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청소년 환경 단체 등이 낸 헌법소원 4건을 하나로 묶어 심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첫 공개 변론에 이어 21일 2차 변론이 열렸고, 이날을 끝으로 변론 절차는 모두 종료됐다. 향후 재판관들의 합의를 거쳐 결론이 도출될 전망이다.
◇열두살 어린이 “기후 변화로 봄, 가을 줄어”
2012년생인 한양이 변론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서자,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안 떨려요?”라고 물었다. 한양은 변론에서 “저는 열 살 때 멸종위기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드는 걸 알았다”며 “우리 가족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많이 이야기했고, 저는 지구환경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이다. 2022년 8월 하루 동안 엄청나게 비가 쏟아진 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 폭우는 단 하루만에 우리나라를 물에 잠기게 했다”며 “이미 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이 기후 문제로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양은 이어 “우리는 기후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22년 영유아를 포함 어린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 소송’의 청구인단 대표로 소송에 참여했고, 직접 재판정에 나와 변론을 한 것은 처음이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 확인 마지막 공개 변론에서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양이 최후 진술을 연습하고 있다. /뉴스1
한양과 별도로 고교시절 소송을 낸 김서경(22)씨는 “기후위기는 심각한 건 알지만 대응하긴 어려운 문제였다. 텀블러를 쓰고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할 수는 있어도, 온실가스를 줄이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저지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했고, 2020년 헌법소원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헌재 공개 변론에서 참고인한테 직접 진술할 기회를 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청구인 대표 당사자의 진술을 듣는 것에 헌재가 큰 의미와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목표치 높여야” vs “목표 이행이 중요”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또는 1.5℃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정한 목표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다. 이 목표는 2015년 ‘파리 협정’에서 설정됐다. 정부는 2021년 탄소중립 기본법, 2022년 시행령을 차례로 제정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날 청구인 측으로 나온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온실가스 65% 감축을 약속한 독일이나 68% 감축을 목표로 하는 영국에 비교해 미흡하다”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 목표를 설정한 독일 정부의 계획이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정부가 나서서 (목표치를) 높이면, 산업계가 거기에 반응해 기술 혁신이 더 촉진될 것”이라며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면 이것은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아니라 우리 산업이 세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내 첫 기후소송 2차 변론에 앞서 최종진술자인 김서경(오른쪽부터)·황인철 씨, 한제아 양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측은 다소 다른 의견을 냈다. 정부 측 유연철 전 기후변화대사는 “더 높은 목표 설정은 할 수 있지만 그게 실현 가능한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긴 호흡으로 파리협정과 탄소중립 기본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매 5년마다 제출해야 하는 감축 목표(GST)를 잘 세우면 된다”고 했다. 또 “지금 세계는 총론을 끝내고 각론에 들어가는 단계지만 우리는 아직 총론을 끝내지 않은 상황”이라며 “2030년까지 총론을 끝내고, 그 다음에 사법적인 판단을 해도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기본법은 파리 협정을 충실히 반영한 법이어서 그 취지에 맞게 이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공개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법조계 “9월 이전 결론 나올 전망”
재판관들은 이날도 양측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이 사건 변론을 종결했다.
청구인 측은 최종 변론에서 “기후 위기는 비상상태에 직면했고, 국가는 국민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기후 변화를 막지 못했을 때 피해는 항구적이고 불가역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보호할 둑이 무너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선 둑을 지키기 위해 비상한 보호조치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 측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기존 목표를 대폭 상향한 도전적인 목표”라며 “감축계획 및 경로만으로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관건은 이미 수립된 목표의 변경이 아니라 현재의 목표를 실제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뉴시스
이날 공개 변론은 총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오늘 장시간 동안 변론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며 “선고기일은 추후 논의를 거쳐서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2차 변론을 끝으로 재판관들의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이르면 오는 9월 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4/05/21/R4XJRXYW7FEVVHMZ3ERSGO3O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