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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앤엘 소송대리] 기후소송 첫 공개변론...“부실 대책 파국” VS “산업계 부담” 04.25, 2024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 소송'의 첫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종석 헌재소장은 이날 변론을 시작하면서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이 제기돼 다양한 결론이 나온 바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 이는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파국” VS “산업계 부담”
이날 변론에서는 정부의 감축 목표가 미흡한지를 두고 청구인 측과 정부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2022년 시행령을 차례로 제정했다. 여기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현재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현황은 파국 수준”이라며 “2031년부터 42년까지는 감축 계획이 없고 연도별 대책도 없으며, 앞선 계획들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지 계획도 없다”고 했다.
반면 정부 측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감축이 힘들다”라며 “그럼에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기존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한 도전적인 목표”라고 했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의 연도와 산업구조, 감축을 시작한 시기 등이 달라 실정에 맞게 감축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재판관, 정부 측에 “2030년 이후 목표 있나” 질문
국내 첫 기후소송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재판관들은 이날 정부 측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 이후 목표에 대한 법령이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이미선 재판관도 “2030∼2050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국내 산업구조는 중화학과 철강이 중심으로, 온실가스에서 ‘난감축’ 분야로 꼽힌다”며 “감축을 위해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전부 바꿔야 하는데,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정부 측은 “다만 2020년 (온실가스) 잠정치를 내보면 감축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청구인 측에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물었다. 김기영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 “파리협정에서는 각국의 자발적 목표 설정을 전제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련해 합의되지 않은 개념을 갖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법령을 위헌이라고 볼 수 없지 않으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단순히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서 일정 부분 감축했다는 것만으로 헌법에 따른 보호의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지구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지 등이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1시간 넘게 질의를 이어갔다. 이날 공개 변론은 총 4시간 넘게 이어졌다.
23일 헌법재판소의 '기후 소송' 공개변론을 앞두고 청구인들이 헌재 앞에서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한편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 환경단체 등은 이날 변론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정된 기후에서 살아갈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추가 변론기일을 잡아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